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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은판 위의 여인’ 日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佛유령을 만나다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유령’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단어일 것이다. 한때 인간이었던 유령의 존재를 빌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잇는다. 구로사와 기요시가 프랑스에서 찍은 ‘은판 위의 여인’에도 유령은 등장한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로.

‘은판 위의 여인’은 19세기 촬영방식 ‘다게로타입’을 고수하는 사진가와 그의 딸, 그리고 조수 사이의 미스터리한 관계를 그린 판타지 영화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기요시 특유의 기묘하고 서늘한 기운이 타지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 궁금하다며, 그가 마련한 세계에 동참하시라.

Q. 외국 배우들과 프랑스어로 촬영한 영화다. 새롭게 도전한 이유가 있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중에 해외에서 영화를 찍어보고 싶은 욕망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중 한명이다. 운 좋게 프랑스에서 내 영화가 여러 작품 개봉을 했다. 비교적 내 영화를 아는 분이 있는 편이었다. 어느 날 프랑스 프로듀서가 영화를 찍어보지 않겠냐고 연락을 해 왔다. 내 대본을 가지고 찍어도 좋다고 했다.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프랑스는 외국 감독이 자신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지고 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자금을 충분히 제공해 준다. 영화에 대해 개방적이어서 상당히 놀랐다.

Q. 언어소통에 힘들지는 않았나?
구로사와 기요시:
통역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어려움은 없었다. 언어 자체는 전달되지 않았을지 모르나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영화의 방향을 감정적으로 이해했다. 영화의 언어는 세계 공통적이라는 걸 느끼는 작업이었다. 촬영은 순조로웠는데, 영화를 만드는 것에 긍지를 가진 프랑스 사람들이여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라면 좀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Q. ‘다게로타입’이라는 소재가 독특하다.(다게로타입=인물 초상을 찍는 사진술. 순간을 포착하는 최신 사진기법과 달리 모델이 긴 시간 고정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모두에게 인내심이 요구된다.)
구로사와 기요시:
은판으로 찍는 ‘다게로타입’은 19세기에 사용된 사진기술이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들어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도 ‘다게로타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대부분 디지털로 영화를 제작한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영상을 만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세계 많은 영화인들이 한 컷을 찍기 위해 많은 시간 공을 들인다. 특별한 것이 찍혀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관객도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과는 다른 특별한 것이 있으리라는 기대로 극장에 올 것이다. 영화가 ‘다게로타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영화를 대하는 내 마음이기도 하다.

Q. 영화 속 집이 기묘한 느낌이 든다. 프랑스 스타일도 그렇다고 일본 스타일도 아닌 분위기였다.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 분위기와 어울리는 집을 찾는데 3개월이 걸렸다. 가능하면 이 영화를 국적과 시대를 초월한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누가 봐도 신비함이 느껴지는 집이었으면 했다. 운 좋게 파리 근교에서 내가 생각하는 집을 찾았다. 프랑스인들도 ‘아직 이런 집이 있나’ 놀라더라. 가장 신기한 것은 프랑스 미술 감독이 이 집의 벽지를 바꾼 것이다. 300년 정도 된 집이었는데 집주인이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이것은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에 대해 참 많이 열린 나라라고 느꼈다.

Q. 마리 역을 연기한 콘스탄스 루소의 눈동자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시종일관 눈동자가 떨리는데.
구로사와 기요시:
콘스탄스 루소는 프랑스 영화계의 ‘또 하나의 발견’이 아닐까 싶다. 오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했다. 프랑스 사람이 봐도 상당히 고풍스러운 얼굴이라고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를 흔들리는 것은 집안 내력이다. 긴장을 하거나 피곤하면 눈동자가 불안정해지는데, 본인은 눈동자 떨림이 이상하면 안 움직이게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난 마리라는 캐릭터가 놓인 상황과 떨림이 있는 눈동자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다른 배우에겐 없는 매력이 그녀에겐 있다.

Q. 전작 ‘해안가로의 여행’(2015)과 ‘은판 위의 여인’은 모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룬다.
구로사와 기요시:
우연의 일치로 보면 될 것 같다. ‘해안가로의 여행’은 원작이 있다. ‘은판 위의 여인’은 그보다 먼저 구상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죽음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내 공포영화에는 유령이 많이 나온다. 유령은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유령을 찍다보면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자와 죽은 자의 관계는 공포물뿐만 아니라 러브스토리에서도 성립될 수 있는 요소다.

Q. 유럽 배우들과 일본 배우의 다른 점을 발견했나?
구로사와 기요시:
표현법에 있어 차이가 있었다. 일본 배우들과 달리 프랑스 배우들은 감정의 단계를 구체적으로 나누더라. 표정 하나, 손짓 발짓까지 세심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카메라 위치부터 본인의 뒷모습까지 신경을 쓴다. 배우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줘서 더 좋은 작품이 나왔다. 진심으로 감사한다.

Q. 영화가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구로사와 기요시: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공포영화가 요즘 그다지 인기가 없다. 과거와 같은 붐은 사라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장르로 정착된 게 아닌가 싶다. ‘은판 위의 여인’은 공포 요소가 중간 중간 있지만, 난 젊은 남녀의 러브스토리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 점에 집중해서 봐 주면 좋을 것 같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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